멘토링 행사에 부쳐 왱알앵알

학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대학원생/학부 2학년 멘토-멘티 사업이라는 게 있다. 대학원생 멘토 2명에다가 학부 2학년 멘티 5~6명 정도를 붙여서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진로를 설계하고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취지를 가진 사업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공진입을 한 2학년 학생들이 지도교수와의 대화 시간을 가질 때 옆에 대학원생이 들러리로 앉아 있는 정도였는데, 올해 들어서 모 교수님을 중심으로 좀 더 본격적으로 멘토링 사업을 진행해 보려고 하는 것 같다.

그 일환으로, 이번 주 금요일에 멘토와 멘티가 함께하는 관악산 등반 행사라는 게 기획되었다. 학부에서는 멘토와 멘티가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와중에 관악산 등반 행사에 대한 홍보도 이루어지길 기대한 모양이나, 실상 대부분의 멘토와 멘티는 진입생 환영회 때 한 번 만난 것을 끝으로 아무런 교류도 하고 있지 않았으며, 따라서 최소한의 참석 확인 외에 '열정적인 참석 독려' 같은 게 이루어질 리 만무했다. 결국 방금 날아온 최종 공지 메일을 보니 대학원생 25명에 학부생 4명이 참가하는, 멘토링의 취지와는 180도 떨어진 행사가 된 모양이다.

과 학생회 일에 관심을 기울였던 과거 몇 년간, 학부에서 학생회, 더 넓게는 과 학생 사회에 가지고 있는 불만을 다양한 경로로 전해들어 왔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첫째. 신입생과 기타 일부분의 학생들 ― 행정실에서는 이 경계조차 애매한 분류에 '학생회 사람들'이라는 상상의 단어를 붙여 불렀다 ― 만 잘 어울리고 그 외의 학생들은 소외되어 있다. 둘째. 저학번들이 자신들과 친하게 지내는 한두 학번 위의 '꼬꼬마 고학번'들에게서 편향된 정보를 얻어 올바른 진로 설계를 하지 못한다(⊃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학부에서는 기존에 학생회와 협력하던 사업은 그대로 진행하면서도, '일부 학생들끼리만 어울려 놀면서 저학번들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학생회를 우회해 직접 학생들을 과에 융화시키고 '올바른' 진로 지도를 하려는 시도를 펼치기 시작했다. 올해 초에 있었던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사업이나 이번에 본격화하려고 하는 진입생 멘토링 사업과 등은 이러한 시도가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라 하겠다.

과 학생 사회를 향한 학부의 지적 중 상당수는 합당하게 받아들일 만하다. (학부에서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과보다 높은 결집력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포괄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들이 많다. 학부생들이 술자리에서 고작 몇 학번 위 선배에게 듣는 진로 이야기가 좋은 품질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더 많은' 학생들을 '더 휼륭한' 멘토들과 어울리게 하겠다는 학부의 시도가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지금의 불완전해 보이는 모습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얼마나 많은 학생 사회의 역량이 투입되는지를 학부가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혹은 온라인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니 자주 잊어버리게 되지만, 현재의 공동체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뻘쭘함을 이겨내고 서로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던 3월의 헌내기들과 새내기들, 그리고 그 뒤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1년 내내 끊임없이 고민하고 기획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에 상응하는 의지도 노력도 없이, 학생들의 위에 올라서서 어울림을 '지시'하면 학생회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비단 학부 뿐만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알게 된 것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댓글을 달 수 있게 된 것도, 같이 술을 마시게 된 것도, 어딘가에 놀러 가는 것도 결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쓸데없는 자만으로 비춰질까 조심스럽지만, 다른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에 조금의 노력으로 올라탄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한다. 송구스럽지만 지금 어울림을 '지시'하여 뚝딱 만들어내려는 분들도, 과거 본인이 속했던 학생 사회가 저절로 만들어졌던 것이라 믿고 계신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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