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선거와 1%쯤 관련된 잡설

공정택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후,

이제 아이들은 무한 경쟁에 내몰려서 주위 학생들을 경쟁자로 생각해서 친구간의 우정 그런 것도 없고 매일같이 삶이 피폐해지고 어쩌고 저쩌고..... 이게 다 주경복한테 투표 안한 사람들 책임임.

뭐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많이 보이는데,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경쟁에 시달려야[?] 했던 집단은 두 군데, 과학고등학교와 정보올림피아드 계절학교였다. 전자에서는 대학교 입시를 위해, 후자에서는 국제정보올림피아드 출전권을 위해 수십 명의 학생들이 매일같이 같은 장소에 머물면서 경쟁해야 했다. 두 곳 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봐도, 내 자신의 경험에서 봐도 치열한 경쟁을 필요로 하는 장소였으니, 저 위의 기준에 따르면 나는 고등학교 친구들이나 계절학교 동기들에게 상당한 적개심을 느끼면서 지옥같은 생활을 했음이 분명하다.

어?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 고등학교 친구들과, 계절학교 동기들과 친하게 지낸다. 가장 친한 친구를 n명쯤 꼽으라면 그 중에 n/2명 이상은 저 두 집단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게다가 난 2004년에서 2005년 사이에 지옥같은 생활을 했다고도 전혀 느끼지 않는다. 게다가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다. 두 집단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주변 사람들에게 적개심을 느끼고 산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밤에 기숙사에 들어왔을 때의 표정들을 보면 별로 지옥같은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놀 거 다 잘 놀고 다니더만 뭐.

그렇다면, 가능한 경우는 두 가지 중 하나인데, 내 주변 사람들이 전부다 일반적이지 못한 사람들이거나, 저 위의 이야기가 사실은 거짓말이라는 거. 무엇이 진실인지야 사람마다 다른 판단을 내리겠지만, 난 아무리 해도 (전자는 나의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니) 후자 쪽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나저나 무서운 건 저런 식의 주장의 경우 항상 "그러니까 이 쪽이 도덕적이고 저 쪽은 다 나쁜 놈들임." 식의 결론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 상의 대세가 현 정부를 까는 분위기다 보니 소위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이 저런 식의 글을 남기는 게 많이 보이는데, 그걸 볼 때마다 나같은 보수꼴통 !진보주의자1)는 마치 "너는 나랑 생각이 같지 않으니 나쁜 놈이야."라는 글로 읽혀서 불편하기 그지없다.


1) !은 C 계열의 언어에서 논리 부정 연산자이다.

by 강원 | 2008/08/01 09:59 | 왱알앵알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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