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07일
실천가능, 그 도전과 과제
시작하기 전에:
1. 이 글에서는 학내 정치조직들의 분류를 위해 편의상 운동권/비권 구도를 적용한다. 이러한 구도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는 분들도 많을 것임을 안다. 하지만 그것의 정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이 글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현상을 잘 설명해 준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므로 그냥 그렇게 쓴다.
2. 이 글의 내용은 순전히 개인적인 상상이므로 그 진위 여부는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긴다.
현재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2년 연속으로 '실천가능' 선본이 수권하고 있다. 2007년 11월에 있었던 51대 선거에서는 전창렬, 박진혁 후보가, 2008년 11월의 52대 선거에서는 박진혁, 김진섭 후보가 각각 '실천가능'이라는 선본으로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이들은 '비권 학생회'를 표방했으며, 무분별한 공약 남발 대신에 실천 가능한 공약만을 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제시되었던 공약이 다 실천되었는지와는 별개로, 이들은 학내의 상당수의 비권 지지자들, 즉 운동권 학생회들이 학외 사안에만 열중하고 학내 문제는 도외시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
이들이 내걸고 있는 핵심 가치는 '가치다원주의'인데, 그 내용은 2009년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 상정된 '52대 총학생회 상반기 총론'을 통해 미루어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요약하자면 '지금까지의 (운동권) 학생회들이 각종 (주로 학외) 사안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근거로 행동해 왔다면, 우리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행동하겠다.'라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비권 학생회다운 것이다.
이러한 '실천가능'의 입장은 많은 반대파들, 특히 주로 운동권 선본들이 수권하고 있는 단과대학 학생회들로부터 숱한 공격을 받았다. 각종 중요 사안에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만 고집하다 결국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한다는 (혹은 한 발짝 늦은 행동만 취한다는) 비판이 그것이었다. 이들은 총학생회가 의견 수렴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제를 공론화하고 학생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갈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공격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 역시 단호했다. 그들은 가치다원주의에 의거, 학생들의 의견을 '이끌어' 가는 것을 거부했으며,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사안만을 실천할 것이라고 맞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사태, 그리고 최근의 서울대학교 법인화 관련 사태와 같은 정치적인 사안에서 이러한 갈등 구도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총학생회는 관련 사안에 대해 다수의 학생들이 동일한 입장을 가진다는 절차적 근거가 있어야 행동할 수 있다며 행동을 거부하고, 단대 학생회들은 시급한 사안에 대해 의견 수렴을 핑계로 행동을 주저하는 것은 행동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항의하는 일이 계속되어 왔다. 애초에 기존 운동권 학생회들과의 차별화을 통해 당선된 '실천가능'에게 있어 단과대학 학생회들이 요구하는 합의 이전에의 (왼쪽 방향의) 정치적인 행동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반대로 단대 학생회들에게 있어서는, 각종 정치적인 행동이야말로 자신들이 총학생회를 통해 반드시 성사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총학생회와 단대 학생회들, 나아가 각 과/반 학생회들간의 대립은, 결국 전학대회에서의 거듭된 총론 부결 사태로 이어진다. 총학생회는 매 학기마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제시하는 '총론'을 전학대회에 제출하고 의결받게 되는데, 이는 이전의 선거에서 다수의 학생들의 지지를 받은 내용이므로 다소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왠만하면 가결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51대, 52대 총학생회가 2008년 하반기, 2009년 상반기 전학대회에서 제출한 총론은, 한 번은 아슬아슬한 표차로, 한 번은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됨으로써, 전학대회 대의원인 단대와 과/반의 학생회장단들이 가지는 총학생회에 대한 불신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실천가능'은, 51대 선거에 이어 52대 선거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지지율로 당선되었지만, 정작 학내 정치계에서는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된, 지난 2년간의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다. 즉, 총학생회를 수권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단대 학생회를 같이 수권하고, 나아가 과/반에서까지 어느 정도 영향을 발휘해야만 진정으로 자신들의 주장인 '가치다원주의를 존중하는 학생회'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총학생회 선거에 등장했던 '광란의 10월', '학교로', 'Suprise' 등의 수많은 비권 선본들에 비해, '실천가능'은 훨씬 잘 조직화되어 있다. 각 과/반의 학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운동권 정치조직들에 학생들이 유입되듯이, '실천가능'도 생협 학생위원회를 통해 어느 정도 인력을 공급받았다. 이전의 비권 선본들이 1~2년 정도 등장했다가 사라진 데 비해, '실천가능'은 길게는 50대 선거의 '처음처럼' 선본에서부터 시작해 51대, 52대 선거까지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으며, 지금의 추세가 유지된다면 53대 선거에서도 등장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들의 역량은 운동권 정치조직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총학생회와 단대 학생회 몇 군데에서 동시에 선거 운동을 진행할 수 있는 학*, 민*, 원* 등에 비하면, '실천가능'의 능력은 아직 총학생회 하나를 겨우 커버하는 정도에 그친다. 현 부총학생회장인 김진섭씨를 정후보로 해서 공과대학 학생회 선거에 도전했다가, 거의 선거 활동다운 활동도 하지 못했던 2007년 11월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현 총학생회가 집행부 산하에 '수습국'을 두고 수십 명의 저학번 집행부원들을 끌어들이는 모습은, '실천가능'이 운동권 정치조직들에 대항할 수 있는 비권 정치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이들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실천가능'은 과/반에 아무런 기반도 가지고 있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람을 끌어들일 유인 동기도 부족하며, 마땅히 지원을 받을 외부 세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정치조직화를 위한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도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이런 걸 쓰고 있는 걸 보니 확실히 시험기간인가 보다.
1. 이 글에서는 학내 정치조직들의 분류를 위해 편의상 운동권/비권 구도를 적용한다. 이러한 구도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는 분들도 많을 것임을 안다. 하지만 그것의 정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이 글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현상을 잘 설명해 준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므로 그냥 그렇게 쓴다.
2. 이 글의 내용은 순전히 개인적인 상상이므로 그 진위 여부는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긴다.
현재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2년 연속으로 '실천가능' 선본이 수권하고 있다. 2007년 11월에 있었던 51대 선거에서는 전창렬, 박진혁 후보가, 2008년 11월의 52대 선거에서는 박진혁, 김진섭 후보가 각각 '실천가능'이라는 선본으로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이들은 '비권 학생회'를 표방했으며, 무분별한 공약 남발 대신에 실천 가능한 공약만을 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제시되었던 공약이 다 실천되었는지와는 별개로, 이들은 학내의 상당수의 비권 지지자들, 즉 운동권 학생회들이 학외 사안에만 열중하고 학내 문제는 도외시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
이들이 내걸고 있는 핵심 가치는 '가치다원주의'인데, 그 내용은 2009년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 상정된 '52대 총학생회 상반기 총론'을 통해 미루어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요약하자면 '지금까지의 (운동권) 학생회들이 각종 (주로 학외) 사안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근거로 행동해 왔다면, 우리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행동하겠다.'라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비권 학생회다운 것이다.
생각의 차이를 존중하는 학생회를 추구합니다. 다원주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생각입니다. 소수의 의견이라고 해서 바로 무시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양한 의견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교류되고, 소통되어야 합니다. 제 52대 실천가능 총학생회는 다양한 생각의 공존을 지향합니다. 또한 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하여 함부로 전체의사를 예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합의가능한 선부터 역량을 투입하며 점차 학생회의 영역을 넓혀 가야할 것입니다. (2009년 상반기 전학대회 자료집 中)
이러한 '실천가능'의 입장은 많은 반대파들, 특히 주로 운동권 선본들이 수권하고 있는 단과대학 학생회들로부터 숱한 공격을 받았다. 각종 중요 사안에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만 고집하다 결국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한다는 (혹은 한 발짝 늦은 행동만 취한다는) 비판이 그것이었다. 이들은 총학생회가 의견 수렴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제를 공론화하고 학생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갈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공격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 역시 단호했다. 그들은 가치다원주의에 의거, 학생들의 의견을 '이끌어' 가는 것을 거부했으며,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사안만을 실천할 것이라고 맞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사태, 그리고 최근의 서울대학교 법인화 관련 사태와 같은 정치적인 사안에서 이러한 갈등 구도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총학생회는 관련 사안에 대해 다수의 학생들이 동일한 입장을 가진다는 절차적 근거가 있어야 행동할 수 있다며 행동을 거부하고, 단대 학생회들은 시급한 사안에 대해 의견 수렴을 핑계로 행동을 주저하는 것은 행동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항의하는 일이 계속되어 왔다. 애초에 기존 운동권 학생회들과의 차별화을 통해 당선된 '실천가능'에게 있어 단과대학 학생회들이 요구하는 합의 이전에의 (왼쪽 방향의) 정치적인 행동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반대로 단대 학생회들에게 있어서는, 각종 정치적인 행동이야말로 자신들이 총학생회를 통해 반드시 성사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총학생회와 단대 학생회들, 나아가 각 과/반 학생회들간의 대립은, 결국 전학대회에서의 거듭된 총론 부결 사태로 이어진다. 총학생회는 매 학기마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제시하는 '총론'을 전학대회에 제출하고 의결받게 되는데, 이는 이전의 선거에서 다수의 학생들의 지지를 받은 내용이므로 다소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왠만하면 가결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51대, 52대 총학생회가 2008년 하반기, 2009년 상반기 전학대회에서 제출한 총론은, 한 번은 아슬아슬한 표차로, 한 번은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됨으로써, 전학대회 대의원인 단대와 과/반의 학생회장단들이 가지는 총학생회에 대한 불신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실천가능'은, 51대 선거에 이어 52대 선거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지지율로 당선되었지만, 정작 학내 정치계에서는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된, 지난 2년간의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다. 즉, 총학생회를 수권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단대 학생회를 같이 수권하고, 나아가 과/반에서까지 어느 정도 영향을 발휘해야만 진정으로 자신들의 주장인 '가치다원주의를 존중하는 학생회'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총학생회 선거에 등장했던 '광란의 10월', '학교로', 'Suprise' 등의 수많은 비권 선본들에 비해, '실천가능'은 훨씬 잘 조직화되어 있다. 각 과/반의 학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운동권 정치조직들에 학생들이 유입되듯이, '실천가능'도 생협 학생위원회를 통해 어느 정도 인력을 공급받았다. 이전의 비권 선본들이 1~2년 정도 등장했다가 사라진 데 비해, '실천가능'은 길게는 50대 선거의 '처음처럼' 선본에서부터 시작해 51대, 52대 선거까지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으며, 지금의 추세가 유지된다면 53대 선거에서도 등장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들의 역량은 운동권 정치조직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총학생회와 단대 학생회 몇 군데에서 동시에 선거 운동을 진행할 수 있는 학*, 민*, 원* 등에 비하면, '실천가능'의 능력은 아직 총학생회 하나를 겨우 커버하는 정도에 그친다. 현 부총학생회장인 김진섭씨를 정후보로 해서 공과대학 학생회 선거에 도전했다가, 거의 선거 활동다운 활동도 하지 못했던 2007년 11월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현 총학생회가 집행부 산하에 '수습국'을 두고 수십 명의 저학번 집행부원들을 끌어들이는 모습은, '실천가능'이 운동권 정치조직들에 대항할 수 있는 비권 정치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이들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실천가능'은 과/반에 아무런 기반도 가지고 있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람을 끌어들일 유인 동기도 부족하며, 마땅히 지원을 받을 외부 세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정치조직화를 위한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도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이런 걸 쓰고 있는 걸 보니 확실히 시험기간인가 보다.
# by | 2009/06/07 06:58 | 왱알앵알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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